하유재

*2008 서울대학교 건축학과 한옥짓기 실습 참여


위치 : 서울 관악구 서울대학교 캠퍼스

프로젝트 타입 : 한옥짓기 실습

담당교수 : 전봉희

도편수 : 이재호

부편수 : 여영대

수행기간 : 2008.9. - 200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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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유재는 서울대학교 관악캠퍼스의 첫 한옥입니다. 그리고 저를 포함해 대부분의 실습 참여자들에게 처음 짓는 집입니다. 많은 사람이 읽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여전히 하유재의 지붕 속에 들어있는 상량문을 꺼내어 여기에 적습니다.


상 량 문

관악산 기슭 교정 양지바른 곳에 서울대학교 최초의 한옥을 신축하게 되었다.

이 한옥은 서울대학교 건축학과의 2008년도 2학기 한국건축사연구방법론 수업(담당교수: 전봉희)으로 진행된 한옥짓기 실습의 결과물로 우리나라 근대 건축교육 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강의실에서만 진행되는 이론연구의 한계를 극복하고, 학생들로 하여금 한옥의 지혜를 몸과 마음으로 체득하게 하기 위함이고, 한국 전통건축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담아 한옥의 아름다움을 교내 외의 모든 사람에게 널리 느끼게 하기 위함이다. 옛 것을 상고하고 그 본 갈래를 익혀 새것을 만들어내는 법고창신(法古創新)의 뜻을 높이 새긴다.

이 한옥은 서울의 조산(朝山)이자 서울대학교의 진산인 관악산의 북쪽 자락 양지바른 곳에 터를 잡고, 좌향은 유좌묘향(酉坐卯向)으로 동쪽 봉우리로 떠오르는 태양과 남쪽의 볕을 고루 받게 하였으며, 도로에서 물러나 수풀 속에 문득 고적함을 갖추었다.

이 집은 창덕궁의 폄우사(砭愚榭)를 모범으로 삼았다. 폄우(砭愚)란 ‘어리석음을 경계하고 고친다’는 뜻으로, 효명세자가 독서하던 곳에 붙여 경계하던 이름이다. 지금 우리가 그 뜻의 아름다움을 쫓았다. 다만, 학기 내에 완공하기 위해서 규모를 두 칸으로 줄이고 건물 관리상의 이유로 온돌을 설치하지 못한 것이 아쉽지만, 후일을 기약해 본다.

이 한옥은 진리를 쫓아 배움에 힘쓰는 교내 구성원들에게 자연과 더불어 숨을 고르는 장소로 사용될 것이며, 한옥에 사용되는 각종 부재들의 계측을 주기적으로 진행하여 한옥의 전 생애기간에 걸친 변화과정을 기록함으로써 한옥에 대한 보다 과학적인 분석에 이용될 것이다.

이 한옥을 짓는 과정에서 서울대학교 본부, 공과대학 및 건축학과로부터 총 2천6백여 만원의 예산을 지원받았으며, 대림산업㈜과 두산건설㈜로부터 건설장비와 자재 등을 지원하였다. 부족한 재원은 건축사연구실과 유지들의 기부로 충당하였으며, 국사학과의 김인걸 교수를 비롯하여 한옥을 애호하는 교내 외의 선생님들로부터의 큰 도움을 받았다. 이에 감사의 뜻을 적어둔다.

한옥짓기 실습 수업은 담당 교수의 기획으로 시작되었으나, 실제 한옥의 건설은 한옥문화원 신영훈 원장이 자문하고, 이재호 도편수와 여영대 부편수가 전체의 작업을 진행하였다. 또, 이근복 번와장 및 심용식 창호장이 기와와 창호를 각각 맡았으며, 상량묵서는 서울대학교 자하서당의 김철훈선생이 써주었다. 다시 한번 감사 드린다.

무엇보다 이 한옥은 수업에 참여한 학생들이 자재의 이동에서부터 치목과 조립에 이르기까지 직접 대패와 끌, 톱과 망치를 들고 하나씩 만들었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갖는다. 한국건축에 대한 남다른 기대와 열정을 갖고 한 학기 내내 주말의 휴식을 반납하고 헌신적으로 참여한 노고를 크게 치하하고 함께 기뻐한다. 장필구 조교는 전문가와 학생 사이의 교량 역할을 훌륭히 수행하였다.

오늘 뜻 깊은 상량을 맞아, 이 작은 한옥을 짓는 그 모든 정성과 노력이 단지 일과성의 일로 그치지 않고 우리나라의 건축문화 창달에 새로운 전기를 마련하고 한옥의 아름다움을 널리 세상에 알리고 계승하는 발판이 되기를 기원한다.

서기 2008년 10월 19일

서울대학교 공과대학 건축학과

교수 전 봉 희 지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