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하나의 학교

*서울대방초등학교 별관동 증개축공사 설계공모 4등


위치 : 서울 영등포구 서울대방초등학교

프로젝트 타입 : 설계공모

연면적 : 8,755.84

규모 : 지하 1층 / 지상 5층

설계 : 리소건축사사무소 + 건축사사무소눅

수행기간 : 2023.8.


규모를 키우는 방법

 우리는 독립된 별동을 본관과 소극적으로 연결하는 방식을 배제하고 본관의 종점을 부풀려 별관의 시점으로 삼는 방식을 채택했다. 별관이 수용해야 하는 스페이스 프로그램 대부분은 이미 본관에 갖추어져 있는 것이었다. 따라서 별관 증축의 목적은 본관에 부족한 기능을 보충하는 것이 아니라 본관이 수행하는 역할 자체의 양적 확장이라는 것을 명확히 짐작할 수 있었고 더불어 교실과 외부공간을 반복해 관통하는 본관의 복도가 강력한 건축적 장치로 느껴졌기 때문이다. 모든 학생이 마주치는 에너지 넘치는 현장을 목격한 후 이 긴 척추 같은 복도의 학교 건축에 대한 효용을 확신하며 복도를 더 길게 연장하여 본관의 구성을 반복해 확장해 나가기를 주저하지 않았다.


구심점

 대규모 신축 아파트 단지가 공급되는 도시 맥락의 변화 과정에서 대방초는 별관 증축 부지를 확보하게 되었고 본관 배면은 캠퍼스의 중심 위치가 되었다. 이 과정에서 기존 남측 학교 정문이 기능을 상실하서 아파트 단지를 향한 서측에 정문을 신설하게 되었다. 서측 정문을 넘으면 본관 배면을 마주치게 된다. 따라서 여러모로 중요해진 본관 배면에 그 위상에 걸맞도록 본관과 별관을 아우르는 큰 로비를 계획하고 로비 너머에 있는 본관 식당에 별관에 할당된 식당 면적을 더해 식당도 하나로 통합했다. 이로써 학교로 들고 나가고 함께 모여 식사하는 곳, 로비와 식당이 집중되었고 캠퍼스의 한가운데에 커다란 활기가 응축되었다.


긴 복도

 이 활기가 130미터의 긴 복도를 통해 학교 전체로 퍼진다. 복도는 캠퍼스 남쪽 끝부터 북쪽 끝까지, 모든 교실과 외부공간을 연결한다. 자칫 한쪽 구석에 고립되어버릴 수 있었던 별관은 이 복도를 받아들임으로 현명하게 전체 맥락의 한 부분이 된다. 복도를 따라 배치된 특활교실과 지원시설은 활기를 받아들이고, 이로부터 적절한 거리감이 필요한 일반교실은 복도에서 갈라져 차분하고 쾌적한 남향의 학습환경을 갖는다. 스마트팜, 소강당, 메이커스페이스 등은 외부공간과 함께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해 1층에 배치하였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별관 복도에서 중정을 마주한 영역에 모든 층의 복도를 넘나드는 커다란 입체 놀이터가 있다.


총체성

 모든 부분이 긴밀히 연결된 하나의 학교는 건물 안에서 그치지 않고 그 너머 주변환경까지 함께 작동할 때에 비로소 구현될 수 있다. 이를 위해 캠퍼스 동쪽의 차량 동선을 산책로로 재정비하여 학교가 품은 외부 중정들을 모두 연결하였다. 옹벽으로 분절되어 있던 학교 주변의 공원, 보행로, 교육문화시설(예정)과도 지형을 조정하고 산책로를 확장하여 함께 쓰일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놓았다. 이런 총체적 학교는 수 없이 많은 마주침을 생산해 낼 것이다. 복도로 뛰어나갈 준비를 하며 수업 끝나길 기다리는 마음, 음악실에서 함께 노래하며 느끼는 유대감, 다른 반 친구에게만 나눌 수 있는 고민처럼 상황과 감정으로 학교를 이해하고 싶다. 이 모든 것은 마주침으로 시작한다.